예수의 일생 그림 1부, 프라하 국립 미술관 (보헤미아의 성 아그네스 수녀원)

보헤미아의 아그네스(Agnes of Bohemia)는 보헤미아의 왕 오토카 (Ottokar I)의 딸로 태어났는데 여섯 살이 되었을 때,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 헨리와 결혼하기로 예정되었다. 여러 가지 정치적 음모로 이 약혼은 파기되었고, 아버지 오토카 왕은 아그네스를 영국의 헨리 3세와 결혼시키려 했으나 이것도 성사되지 않았다. 아그네스는 정략 결혼을 집어치우기로 마음먹고 오빠였던 보헤미아 임금 벤쯔라우스 1세(Wenceslaus I)가 준 땅에 병원과 부속된 수도원들을 짓고 수도 생활에 전념하였다.

아그네스 수녀원에 있는 그림들은 다른 여러 교회에 걸려 있던 그림들을 모은 것이고 대부분이 14-15세기의 것들이다. 여러 교회의 제단에 걸려 있던 그림들이 이 수녀원에 모였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교회의 몰락을 의미한다. 짐작컨대, 종교 개혁 이후로 중세의 사람들이 교회보다는 무역과 과학에 눈을 뜨게 되어 작은 교회들이 문을 닫게 되었던 것 같다. 이런 문닫는 교회에 걸린 그림들이 이 수도원에서 도맡게 되었을 것이다. 작가는 대부분 미상이고, 기껏해야 어느 그림 작업장(workshop)에서 그렸다고 밝힌다.

그림 스타일은 대체로 러시아 이콘(icon)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이콘과 마찬가지로, 첵코의 오래 된 그림들은 두터운 나무 판자를 짜서 화판으로 만들이 그 위에 그렸고, 후일에 와서야 천으로 된 화폭에 그림을 담았다. 판자들은 넓이가 30센티미터 정도, 두께가 3-5 센티미터의 판자들을 세로로 엮고 그 뒤에는 가로로 나무를 질러서 세월이 지나면서 판자들이 휘는 것을 막으려고 애썼다. 그래도 세월이 흐르면 나무는 휘게 되어 있고, 그런 판자 위에 그려진 그림들은 찢어지게 된다.

러시아의 이콘들과 마찬가지로 프라하의 성화들은 사실적인 그림이 아니라 개념을 담은 그림이다. 아직까지 마사치오(Masaccio)의 입체적 화법이나 원근법이 도입되지 않아서, 그림들은 대체로 밋밋하고 빛의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화법을 쓰고 있다.

그러나 열심으로 따지면 이 보헤미안 화가들은 가슴에 정열을 담은 것 같다. 자기가 만든 음식을 좋아하는 손님이 고마워 손해가 되는데도 눌러담아 주는 어떤 아주머니처럼, 화폭이 모자라 그림틀에도 연장해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다.

1. 처녀 마리아


오스트리아(?), 1480년 경, 출처 미상. 밀 이삭이 덮인 옷을 걸친 마리아. 밀 이삭은 (빵을 만드는 데 쓰이니까) 예수의 몸을 상징한다고.

 

2. 잉태 고지 (Annunciation)


모라비아(?), 1430년 경, Rajhrad 제단을 장식하던 그림들 중에13 패널이 남아 있고, 이것이 그 중에 하나. 예수의 시절에는 구약이 책으로 묶여 있지 않았다. 공자가 책을 읽는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첫째 그림에는 (1430년) 가브리엘의 날개가 울긋불긋하고 둘째 그림에는 (1350년) 하얗다. 아마도 마리아가 살던 집에 (부모와 같이) 나타났을 것이다.



프라하, 1350년 경, 이 그림에는 바닥의 원근법 처리가 이상하다. 가브리엘 천사가 무릎을 꿇는 것은 더 이상하다. 카톨릭 교회에서 마리아를 신의 어머니(Mother of God)로 대우하는 전통 때문일 것이다.



보헤미아, 1460년 경, 이 그림에는 가브리엘을 조그맣게 그려 놓았다.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만나는 광경인 듯.

3. 엘리사벳 방문 (Visitation)


모라비아(?), 1430년 경. 후스(Huss)가 장작 더미 위에 화형에 처해지기 이전의 작품.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옷자락이 그림틀 바깥으로 나온다.

 

4. 출산


프라하, 1350년경. 예수가 태어났고, 옆에는 송아지와 나귀가 구유에서 무엇인가 먹고 있다. 바른 쪽에 있는 사람은 하늘(별)을 보면서 찾아 오고 있고, 박사 하나는 예물을 들고 있다. 아래쪽에는 마리아의 부모(요아킴과 안나)가 물을 준비하고 있다.

 

5. 박사들의 찬미 (Adoration of the Magi)


프라하, 1350년 경. 동방에서(아마도 페르샤 지방)에서 온 세 박사가 예물을 들고 와서 찬미한다.



모라비아(?), 1430년 경. 야고보 세배대의 일생을 그린 그림들과 함께 있다.

 

6. 성모 마리아 (Madonna)


루카스 크라나크 (Lucas Cranach the Elder) 작품, 비텐버그 (Wittenberg), 1520년 경. 뒤에 기둥이 입체감이 있어 보인다.



보헤미아 남부, 1440년 경.



프라하, 1350년경. 이태리 화풍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프라하 1385년경.



프라하 1350-60년.



프라하1395년, 이 그림 좌우에는 사도 바돌로뮤와 토마스의 그림이 있었다.



제단의 그림, 프라하(?) 1480년경, 마리아의 일생의 중요한 사건들이 작은 그림으로 좌우에 붙어 있다. 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의 모습이 그림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제단의 그림(altarpiece), 보헤미아 남부, 1430-40년, 세례자 요한과 성 마가렛이 좌우에 있다. 그림을 주문한 사람은 아마도 Jan Rous.

 

7. 사도들


사도 안드레, 프라하(?), 1500년경. 안드레는 십자가를 비스듬하게 X-자로 처형되었다고. 등 뒤에 비스듬한 십자가가 보인다.



사도 바돌로뮤와 토마스, 프라하 1395년.



제목은 “헤르모게네스가 필레티스을 야고보에게 보내다.” 전설에 따르면, 마술사 헤르모게네스(Hermogenes)는 사도 야고보(St James)와 토론에 이기라고 필레티스(Philetes)를 보낸다. 야고보는 설교로 필레티스를 감화시키니, 헤르모게네스는 이 두사람을 체포하라고 보낸다.
사도 야고보는 헤롯 아그리빠의 명에 따라 서기 44년에 목을 자르는 형을 받는다. 죽은 뒤에 시체는 스페인으로 옮겨졌고, 그 자리에 교회가 섰다.



안드레와 요한과 베드로. 프라하 1340년경. 나무 판자에 그린 그림이고 보헤미아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

 

8. 올리브 산에 계신 그리스도


프라하 1350년 경. 나무에 새들이 앉아 있다.



프라하, 1380-85년, 바른 쪽에 앞에서부터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가 (요한이 나이가 제일 어리다) 잠을 곤하게 자고 있다. 위에 왼쪽 귀퉁이에는 멀리 산에서 로마 병정들이 다가오고 있다.

 

최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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