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태도

피에르 퓌뷔 드 샤반(Pierre Puvis de Chavannes)의 그림, 가난한 어부이다.

세상을 살다가 보면 참아야 할 것이 많지만, 그 중에도 참기 힘든 것이 가난이다. 피에르 퓌뷔 드 샤반(Pierre Puvis de Chavannes)은 가난한 어부라는 제목으로 두 그림을 그렸다. 하나는 도꾜 우에노 (上野) 공원에 있는 국립 서양 미술관에 걸려 있고, 다른 하나는 파리의 오르세(Musee d'Orsay) 미술관에 있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다. 긴 설명 없어도, 어부의 기도하는 태도는 감동을 준다. 가난을 피부로 겪었기 때문에, 샤반은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된 듯하다. 샤반은 리용(Lyon)의 교외에서 태어났는데, 자라서 아버지를 따라서 광산 전공의 공학도가 되려고 했으나 몸이 아파서 그만두고, 이태리로 여행한 뒤에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유진 델라크로아(Eugene Delacroix) 밑에서 그가 병이 들기 전에 잠시 공부했으나 나중에 토마스 쿠튀르(Thomas Couture) 밑에서 공부했다.

샤반은 모델로 삼았던 수잔 발라돈(Susanne Valadon)과 사랑에 빠졌다. 발라돈은 모리스 위트릴로(Maurice Utrillo)를 낳았는데, 누가 아버지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에드가 드가(Edgar Degas)나 르느와가 아버지라는 설도 있으나, 이 두 그림을 보면, 샤반이 아버지였던 듯하다. 위트릴로는 자라서 도시 풍경을 그리는 화가가 되었다.

1. 첫째 그림 (1881년)

이 그림은 가난한 어부가 행복했던 시절에 기도하는 모습을 그린 듯하다. 젊은 여인은 꽃을 뜯고 있고, 아기는 포대기에 싸여 잠을 자고 있다. 아마도 무엇을 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감사의 기도인 듯하다.

어부가 기도하는 모습이다. 하나님은 기도하는 사람의 사정을 훤히 알고 있을 터이니, 무슨 말을 하는가 보다 태도가 중요할 것이다. 구차하게 물고기를 더 많이 잡게 해달라든가 비가 와서 공치지 않게 해달라든가 부탁할 필요가 없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손해볼 것은 없을 터이지만. 미사여구로 기도드리면 신이 넘어갈까? 애걸하면 신의 마음이 바뀔까? 그보다는 하나님의 뜻을 읽으려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 어부의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무슨 기도를 드렸는가 궁금하다.

배 안에는 어린 아기가 쿨쿨 잠을 자고 있다. 이 그림에는 여자나 아내가 없다. 이 그림은 아마도 화가 자신의 이야기인 것 같다. 발라돈한테서 얻은 아들을 혼자 길렀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아들을 나중에 빼앗겼는가 보다. 하나님과 할 말이 많았을 것이다.

가난한 어부는 결국 화가 자신의 초상화가 아니었을까? 화가나 어부나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가난해서 여자가 도망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부의 기도하는 표정에는 무엇이나 누구를 탓하는 모습이 없다.

2. 둘째 그림 (연대 미상)

어부는 같은 자세로 기도하고, 배 안에는 어린 아기가 쿨쿨 잠을 자고 있다. 자는 아기를 풀밭에 두고 고기를 잡으러 갈 수 없고, 아기를 데리고 고기를 잡으려 멀리 나가기도 힘들다. 이 그림에는 여자나 아내도 없다.

가난한 어부는 결국, 화가 자신의 초상화가 아니었을까? 당시에 화가나 어부나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가난해서 여자가 도망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부의 기도하는 표정에는 누구를 탓하는 모습이 없다.

하나님은 말에 응답하지 않고 태도에 응답한다고 한다. 말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몸이 아프다든가 가난이 참기 힘들면 기도가 절로 나오겠지만, 만사가 순조로울 때에도 기도를 드려야 한다. 하나님은 기도하는 사람의 사정을 훤히 알고 있으니, 구차하게 물고기를 많이 잡게 해달라 부탁할 필요가 없다.

발라돈한테서 얻은 아들을 잠시 혼자 맡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아들을 나중에 발라돈에게 돌려 주었는가. 하나님께 무슨 말로 사정했을지.

3. 셋째 그림

수잔 발라돈은 샤반과 르느와르의 모델이었다고 한다. 두 사람이 한 여자를 놓고 싸웠을지도 모른다. 르느와르(Pierre-Auguste Renoir)의 그림, Dance at Bougival에서 춤추는 여인이 발라돈이다.

보스톤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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