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부활하신 뒤에 음식을 드셨는가?

예수께서 부활하신 뒤에 음식을 잡수셨는지 어쩐지에 대해서는 누가복음 외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다른 복음서에는 예수가 부활하신 뒤에 음식을 드셨다고 적지 않았다.

부활하신 뒤에 예수가 포도주나 물을 마셨다는가 빵(떡)을 떼어 잡수셨다든가 하는 것은 중대한 일이고 실제로 부활하신 예수를 만나본 사람이라면 그런 중대한 사실의 기록을 잊어버릴 수가 없다.

Francke의 작품 “부활” (1424-1436년)

1. 신약의 유일한 기록
예수가 엠마오라는 촌으로 가는 형제의 집으로 들어갔을 때, 그리고 이들이 예루살렘에서 신자들이 모인 곳에 갔을 때, 예수가 음식을 드신 것으로 적혀 있다:

저희가 강권하여 가로되 우리와 함께 유하사이다 때가 저물어가고 날이 이미 기울었나이다 하니 이에 저희와 함께 유하러 들어 가시니라. 저희와 함께 음식 잡수실 때에 떡을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저희에게 주시매 (누가복음 24:28-30 개역한글)

그들은 “이젠 날도 저물어 저녁이 다 되었으니 여기서 우리와 함께 묵어가십시오.” 하고 붙들었다. 그래서 예수께서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집으로 들어가셨다. 예수께서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나누어주셨다.

(공동번역)

But they constrained him, saying, Abide with us: for it is toward evening, and the day is far spent. And he went in to tarry with them. And it came to pass, as he sat at meat with them, he took bread, and blessed it, and brake, and gave to them. (킹 제임스판, KJV)

개역한글과 공동번역이 이 구절에 차이가 있다. 개역한글판에는 함께 음식을 잡수셨다고 적혀 있고, 예수가 공동번역에는 식탁에 앉았다고 되어 있다. 영어 번역에는 엠마오의 형제들과 저녁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았다고 적혀 있으니, 이 구절은 공동번역이 더 정확하다고 하겠다.

저희가 너무 기쁘므로 오히려 믿지 못하고 기이히 여길 때에 이르시되 여기 무슨 먹을 것이 있느냐 하시니 이에 구운 생선 한 토막을 드리매 받으사 그 앞에서 잡수시더라 (누가복음 24:41-42, 개역한글)

이것이 부활하신 뒤 예수가 무언가 잡수셨다는 유일한 기록이다.

2. 왜 베드로는 복음서를 기록하지 않았는가?
4복음을 쓴 사람은 전통적으로, 마가, 마태, 누가와 요한이다. 이들은 아람어나 히브리어가 아니라, 모두 그리스어로 썼다.

아람어는 갈릴리 지방에서 널리 쓰였다. 예수의 시절에 이스라엘은 아이들에게 의무교육을 실시했다. 여러 도시의 회당 학교들은 아이들에게 히브리어를 가르쳤고, 또한 성전에서는 히브리어를 썼다. 또한 도시에서 무역에 종사하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직업상 필요한 대로 그리스어를 사용했다.

서기 68년에 성전이 파괴되고 신도들이 예루살렘에서 흩어지자 베드로는 로마로 간 듯하다. 마메르틴 감옥에서 베드로는 사도 바울과 함께 말년에 전도에 힘썼다. 신도들이 하나씩 둘씩 사라지자, 로마의 신도들이 복음서의 필요성을 느끼고 베드로에게 예수에 대한 기록을 요청했을 것이다.

로마에 있는 신도들이 모두 유대인이었다면, 베드로는 아마도 아람어로 복음서를 썼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리스인 신도들도 많았을 것이고, 또한 로마의 유대인 신도들도 큰 도시에서 살려면 모두 그리스어와 아람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을 것이다. 짐작컨대 베드로는 그리스어가 그다지 유창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가 남긴 짧은 편지의 일부가 신약에 남아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젊은 마가에게 그리스어로 복음서를 기록하는 임무가 맡겨졌을 것이다. 그러니 마가복음은 대체로 베드로가 (아마도) 아람어로 구술해준 이야기를 마가가 그리스어로 적은 복음서이다.

3. 4복음에 차이가 있으면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가?
요한 마가는 베드로가 들려준 이야기와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마가가 간결히 복음서를 기록했고, 마태는 마가복음을 구절구절 베끼고 가끔 보충하였다. 이 두 사람은 예수를 직접 만나보고 따르던 제자들이다. 다음에 누가가 여러 신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여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기록하였다. 후일에 요한이 이러한 기록들을 보충할 목적으로 자기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제자를 통해서 썼다.

예수의 가르침을 직접 보고들었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4복음이 서로 차이가 있을 경우에 누구 말이 맞는가를 규명해줄 수 있다. 직접 예수를 만나보고 따른 제자들은 예수가 부활 뒤에 음식을 잡수셨다는 이야기를 적은 적이 없다. 오직 누가만 예수가 구운 생선 한 토막을 잡수셨다고 적었다.

그러면 누구의 말이 맞을까? 2천년 전의 일이고, 위의 복음서 외에는 별다른 기록이 없고, 과학적으로 분석할 만한 생물학이나 화학적 자료도 없다.

첫째로, 누가의 기록은 직접 보그 들은 이야기를 적은 것이 아니고 사람들을 통해서 주워들은 소문을 기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누가는 사도 바울을 트로아스에서 만나고 나서 그를 따라 다닌 제자이니, 그가 쓴 복음서 이야기는 주로 사도 바울을 통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누가 복음은 사도 바울이 이야기한 것을 적은 복음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도 바울도 예수를 한 번이라도 만나보거나 그의 말씀을 귀로 들은 적이 없는 사람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위대한 사도의 공적을 깎아 내리려 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분석에서 필수인 것이 모자란다는 말이다. 그는 그의 기록이 눈으로 본 것을 확실히 적은 것이라고 증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로, 누가는 또한 예수가 제자들에게 말씀하는 도중에, “여기에 무슨 먹을 것이 있느냐”하고 먹을 것을 찾았고, 또한 구운 생선 토막을 혼자서 잡수셨다고 적었는데,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기도하시던 예수가 먹을 것을 찾았다는 누가의 말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눈으로 본 것을 기록한 사람들의 증언이 다 맞다는 말은 아니다. 물론, 예수가 돌아가신 지 40년 또는 그 이상 지난 뒤에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적은 기록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기록에 차이가 있을 경우에는 눈으로 본 사람의 기록을 우대하고 사람들의 소문을 듣고 기록한 사람의 말은 에누리하는 것이 과학적인 태도일 것이다.

최은관

2014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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