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내려가면, 대리석으로 된 한 석판이 이 장소의 내력을 설명한다. 좀 오래된 이태리어로 써 있어서 해독하기가 쉽지 않다.
아주 확실치는 않은데, 이것을 우리 말로 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여기 기둥에 아주 거룩한 (ss = santissima) 사도 베드로와 바울이 묶여 있었다. 이 샘에서 기적같이 솟아 나온 물로, 거룩한 순교자요 감옥의 간수, 마르티니아노와 프로세소, 그리고 그리스도를 믿는 다른 신자 47명에게 세례를 주었다.
또 하나의 돌판에는 비슷한 내용, 그리고 콘스탄틴 대제가 교황 실베스터(Sylvester)에게 무엇을 바쳤다는 따위의 내용이 라틴어로 새겨져 있다. 내용은 자세히 알 수 없으나 바울과 베드로가 9개월 넘게 갇혀 있었고, 프로세소와 마르티니아노는 이들과 다른 47명을 지키는 간수였고, 나중에 순교당했으며, 샘에서 물이 갑자기 솟아 났다는 이야기인 듯하다. 석판 자체는 1726년에 새긴 듯하다.
실베스터 교황은 콘스탄틴 대제에게 세례를 준 교황이고, 그 시절에 콘스탄틴은 라테라노 성당, 성베드로 성당, 그리고 Santa Croce in Gerusalemme 를 지었다. 이 성십자가 교회는 콘스탄틴(Constantine) 대제의 어머니 헬레나(Helena)가 예루살렘에서 가져 온 유물을 두기 위하여 서기 327년 경에 지은 교회라고 한다. 헬레나가 살던 곳은 세소리아노 궁전 (Palazzo Sessoriono)이었는데 헬레나가 이것을 예배당으로 바꾸었고, 나중에 헬레나가 예루살렘에서 가져 온 흙을 바닥에 뿌려서 성당으로 지었다고 한다. 지금은 옛 수녀원 시설의 일부를 여행객에게 제공한다. 이곳에 번번이 묵으면서도, 동네 이름이 이상하다는 생각 외에, 한 번도 Santa Croce(성십자가)를 헬레나가 예루살렘에서 가져 온 True Cross와 연결지을 생각을 못했다.
조그만 지하실에는 바울과 베드로가 신자들에게 세례를 주는 장면이 부조(浮彫)로 새겨져 있다.
이 부조에는 후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넷인데, 양 팔을 벌리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베드로인 듯. 그 바른 쪽에 신자의 머리에 물을 붓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바울이다. 머리가 벗겨진 것으로 알 수 있다. 바른 쪽에 서 있는 두 사람은 감옥의 간수이다. 누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하나는 프로세소(Processo)이고 다른 하나는 마르티니아노(Martiniano)임이 틀림없다.
옆에는 베드로와 바울의 조각상이 있는데 철창으로 가려져 있다. 바른 쪽이 머리털이 많으므로 베드로이고 왼쪽이 바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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