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어부

피에르 퓌뷔 드 샤반(Pierre Puvis de Chavannes)의 그림, 가난한 어부이다.

샤반은 리용(Lyon)의 교외에서 태어났는데, 자라서 아버지를 따라서 광산 전공의 공학도가 되려고 했으나 몸이 아파서 그만두고, 이태리로 여행한 뒤에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유진 델라크로아(Eugene Delacroix) 밑에서 그가 병이 들기 전에 잠시 공부했으나 나중에 토마스 쿠튀르(Thomas Couture) 밑에서 공부했다.

그의 모델이었던 수잔 발라돈(Susanne Valadon)과 사랑에 빠져, 모리스 위트릴로(Maurice Utrillo)를 낳았다. 위트릴로는 자라서 도시 풍경을 그리는 화가가 되었다.

1. 첫째 그림

동경 국립 서양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샤반은 가난한 어부라는 제목으로 두 그림을 그렸는데 하나는 도꾜 우에노 (上野) 공원에 있는 국립 서양 미술관에 걸려 있고, 다른 하나는 오르세(Musee d’Orsay) 박물관에 있다.
그림을 그린 연대가 확실치 않아서, 어느 것이 먼저인지 알 수 없다.

어부가 기도하는 모습이다. 하나님은 기도하는 사람의 사정을 훤히 알고 있을 터이니, 무슨 말을 하는가 보다 태도가 중요할 것이다. 구차하게 물고기를 더 많이 잡게 해달라든가 비가 와서 공치지 않게 해달라든가 부탁할 필요가 없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손해볼 것은 없을 터이지만. 미사여구로 기도드리면 신이 넘어갈까? 애걸하면 신의 마음이 바뀔까? 그보다는 하나님의 뜻을 읽으려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 어부의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무슨 기도를 드렸는가 궁금하다.

배 안에는 어린 아기가 쿨쿨 잠을 자고 있다. 이 그림에는 여자나 아내가 없다. 이 그림은 아마도 화가 자신의 이야기인 것 같다. 발라돈한테서 얻은 아들을 혼자 길렀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아들을 나중에 빼앗겼는가 보다. 하나님과 할 말이 많았을 것이다.

가난한 어부는 결국 화가 자신의 초상화가 아니었을까? 화가나 어부나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가난해서 여자가 도망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부의 기도하는 표정에는 무엇이나 누구를 탓하는 모습이 없다.

 

2. 둘째 그림
 

가난한 어부, 오르세이 박물관

이 그림에도 비슷한 자세로 어부가 기도를 드리지만, 더 행복했던 시절에 드리는 기도인 것 같다. 젊은 여인은 꽃을 뜯고 있고, 아이는 포대기에 싸여 잠을 자고 있다. 아마도 무엇을 달라는 기도보다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것 같다.

3. 셋째 그림
 

수잔 발라돈은 샤반과 르느와르의 모델이었다고 한다. 두 사람이 한 여자를 놓고 싸웠을지도 모른다.

르느와르(Pierre-Auguste Renoir)의 그림, Dance at Bougival에서 춤추는 여인이 발라돈이다.

보스톤 미술관.

최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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