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유감

이른바 산상 수훈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마태 5:3)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개역 한글)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공동 번역)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표준새번역)

복되도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여.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우리말 성경)

일본어 성경도 대체로 마찬가지이다.

「こころの貧しい人たちは、さいわいである、天國は彼らのものである。(日구어역)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은 복이 있도다. 천국이 그들의 것이다.

「心の貧しい者は幸いです。天の御國はその人のものだからです(日신개역)

마음이 가난한 자는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런 사람의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어 번역은 이보다 낫다.

虛心的人有福了!因爲天國是他們的。

마음이 비어 있는 사람은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의 것이기 때문이다.

영어에는

“Blessed are the poor in spirit, for theirs is the kingdom of heaven. (NIV, KJV, NRSV)

 



Saint Jerome with Saint Paula and Saint Eustochium, Francisco de Zurbaran and workshop, 1640-1650년 경. 제롬(서기 347-420)은 성경을 라틴어(Vulgate)로 번역한 사람이다.

1. Meaning of “the poor in spirit”
그러면 마음 또는 심령이 가난하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해괴한 말인가?

우리 한국 사람들은 그런 말을 쓰지 않는다.

김 부장 또는 송 선생은 “참으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지요” 따위의 말을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굳이 해석한다면 옹졸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오해될 수도 있다.

일본에는 기독교 신자들의 수가 많지 않으니, 그러한 오역이 있다 해도 정상을 참작하여 넘어 갈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기독교 신자가 1천만을 돌파한다고 하니, 이러한 엉터리 번역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예수님은 사도들에게 아람어로 말씀했을 터이나, 그 말씀을 기록한 마태복음은 헬라어로 쓰여 있으니 예수가 말씀하신 그 진의를 절대로 확신하기가 어렵다.

makarioi (happy [are]) oi(the) ptoxoi(poor ones) to (the ) pneymati(spirit) oti (that)  auton (of them) estin(is) h (the) bacileia(kingdom) ton(of the) ouranon(heavens).

이것을 세 영어 성경에는 (New International Version, King James Version, New Revised Standard Version) 이렇게 번역하였다. “Blessed are the poor in spirit: for theirs is the kingdom of heaven.” 세 영어 성서가 일치하므로, 영어 번역이 더 신빙성이 있는 듯하다.

그러면 “the poor in spirit”는 무슨 말인가? those who are humble, 곧 겸손한 자를 말한다. 그러니 우리말로 하면, 마음이 높아져 있지 않은 자, 마음이 낮아져 있는 자를 말한다.
또한 중국어 번역이 이 뜻에 가깝다. 마음이 비어 있는 자가 자만심이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2. “복이 있나니”의 문제
영어에 “blessed are the …”는 복을 이미 받은 자, 행복한 자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을 “어떤 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말하면, 그러한 자는 앞으로 축복을 받는다는 뜻이 된다. “복이 있나니”는 현재형이지만, 보통 한국인에게 그 뜻은 미래가 된다. 지금 당장은 그렇지 않아도 앞으로 복을 받는다는 축복의 말씀이 된다.

그리스 원어에도, “그러한 자는 행복하나니”이고 영어에도 “그러한 자는 이미 복을 받았나니”이다. 앞으로 복을 받는다는 말씀이 아니다.

3. 단수와 복수
우리가 일상 쓰는 말에는 단수와 복수를 서양 사람들처럼 그다지 잘 구별하지 않는다.

“마음이 가난한 자”라는 언급은 어떤 한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자는 누구나 다 그렇다는 뜻이다. 그러니 현대인의 성경의 구절은(“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어딘가 어색하다.

이를 종합하여, 마태복음 5장 3절의 뜻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다듬으면 이렇다:

“겸허한 자는 복을 받았나니(행복하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