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리아의 생명나무 기록

창세기에는 에덴 동산이 어디쯤 있는가 힌트를 주지만 그것만 가지고 정확히 어느 곳에 에덴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유프라데스 강 외에 다른 강도 근처에 있었다고 하지만 이런 강들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고, 오래 된 글이라 착오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아씨리아(Assyria) 동쪽에, 그리고 유프라데스(Euphrates) 강 가까이, 즉 오늘날의 시리아와 이락 지역에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지도에 누런 색으로 표시된 지역).


이곳에 예전부터 살던 사람들은 수메르인이다. 기원전 5000년 경부터 수메르인이 살았고 이들은 생명나무 전통을 간직한 것은 순전히 그들이 에덴동산과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사르곤(Sargon) 왕이 셈족을 통일하여 아카드(Akkad) 제국을 건설하자, 수메르인의 다수가 기원전 2334년 전후로 고향을 등지고 떠났고, 남아 있던 사람들은 자꾸 늘어나는 셈족과 한데 섞여서 살고 그 후손들은 생명나무의 전통을 지켰다.

아카드 제국(기원전 2334 – 2154년)의 여러 도시 중에 하나가 아쑤르(ashur)였는데, 아카드 제국이 멸망하자 북쪽에 아씨리아, 남쪽에는 바빌론(Babylon), 이 두 나라가 메소포타미아를 장악하게 되었다. 바빌론의 이쉬타르 대문에는 색깔 있는 타일로 생명나무가 그려져 있다는 글은 이미 적었으니, 이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아씨리아의 주요 도시는 아쑤르, 니므롯, 니느베가 있는데 모두 동쪽의 티그리스(Tigris) 강변에 자리를 잡았다. 살마니저 1세(Shalmaneser I, 기원전 1274 – 1245년)가 세운 칼루(Kalhu)라는 도시를 세웠는데 후일에 이름이 니므롯으로 바뀌었다. 신 아씨리아 제국 (기원전 883-859년)의 아수르나르시팔(Ashurnarsipal) 2세가 니므롯을 수도로 삼았다.

기원전 721년에는 이스라엘이 이들의 침공을 받아 멸망한다. 유대인은 아씨리아인과 바빌로니아인에게서 생명나무 이야기를 주워들었고 창세기에 들은 풍월을 얼마큼 적었다.

아씨리아인의 생명나무 기록은 주로 니므롯 북서 궁전의 왕실 벽의 부조에 남아 있고, 페르가몬(Pergamon Museum)과 대영 박물관(British Museum)이 이 대부분을 소장하고 있다.

이 여러 부조를 보면, 생명나무는 키가 큰 교목이 아니라, 키가 작고 가지가 여럿으로 퍼지는 떨기나무인 것을 알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는 기후가 온화하니, 꽃이 계속 피고 지면서 열매가 연중 계속 열린 듯하다.

물론 생명나무는 사라진 지 오래 되었을 터이지만, 궁전에 이러한 부조를 새긴 것은 임금의 선조들이 그 과일을 먹고 신의 보호를 받았다는 것을 강조함으로 왕권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듯하다.

생명나무의 열매를 따는 자들은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는 것으로 보아 이들은 천사가 아니고, 특별한 영력을 가진 사람이었음을 가리킨다. 여러 부조는 임금이 이러한 초인간의 보호를 받았다는 것을 강조한다.

 

1. 페르가몬 박물관

니므롯(Nimrud)의 북서 궁전 벽에 있던 浮彫. 생명나무에 꽃이 여럿 피어 있다. 이 그림으로 생명나무는 큰키나무가 아니라 키가 작은 떨기나무인 것을 알 수 있다. 줄기와 꽃이 사방에 퍼지고, 꽃이 진 곳에서 생명나무의 열매가 열린다. 생명나무를 지키는 사람, 특별한 사람들이 생명나무의 열매를 따고 있다.


이 부조에는 날개 달린 사람들(스핑크스, Sphinx)이 생명나무를 돌보고 있다.




새의 얼굴을 한 사람이 생명나무의 열매를 따고 있다. 페르가몬 박물관은 이러한 부조들을 모아서 옛 아씨리아 궁전의 왕실을 재현하려고 하였다. 이 방은 밝은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고, 벽의 상부는 생명나무와 그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다고 한다. 날개 달린 존재들 사이에 아수르나르시팔 2세(기원전 883-859년)가 있다.


임금도 날개를 달고 있고 생명나무의 과일을 딴다. 손목에 꽃을 차고 있고 머리 띠에도 생명나무 꽃이 있다.


니므롯 북서 궁전의 장식을 복사한 것. 붉은 바탕에 생명나무와 꽃으로 벽을 치장되었다.

2. 대영 박물관
 



아씨리아인이 바빌론을 포위하는 장면. 니므롯 중앙 궁전.



니므롯 중앙 궁전, 기원전 728년 경. 티글라트 필레서 3세(Tiglath Pileser III)의 전쟁 장면.




니므롯 북서 궁전 (기원전 865-860년 경). 도시를 지키는 영 한 쌍이 연회실의 입구에 지키고 있다.




니므롯 북서 궁전, 아수르나시르팔(Ashurnarsipal)이 보좌에 앉아 있고 두 사람이 시중들고 있다. 생명나무 꽃을 손목에 차고 있다. 그 뒤에는 생명나무를 관리자가 그 열매를 바친다.


가죽 부대를 부풀려 타고 헤엄을 치면서 아씨리아 군대가 강을 건너는 듯하다. 전차를 배위에 싣고 나른다. 기원전 865-860년 경.

니므롯 북서 궁전의 부조. 아수르나르시팔 왕이 생명나무의 좌우에 두 번 나온다. 왕 뒤에는 보호하는 사람이 지키고 있다.


임금이 전쟁에 이긴 것을 축하하는 장면인 듯. 바른 쪽에는 하프켜는 사람들이 있다.


좌우에 지키는 두 사람이 생명나무를 돌보고 있다.


니므롯의 북서 궁전, 기원전 865-860년 경. 생명나무를 지키는 두 여인. 이로서 생명나무를 지키는 자들은 남자와 여자로 구분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천사는 아닌 듯.


생명나무의 열매를 따는 두 사람, 새 모습을 하고 있다.



살마니저 3세(기원전 858-824년)의 오벨리스크, 둘 째 줄에는 이스라엘의 임금 예후(Jehu)가 복종의 뜻으로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니므롯의 남서 궁전 (기원전 730-727년 경), 티글라스 필레서 3세 (기원전 744-727년)가 아스타르투(Ashtartu) 도시를 점령한 것을 기념하는 부조.

최은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