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판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에는 왜 고려인이 빠졌는가?

상해의 중화(中華) 예술관에는 2010년 만국 박람회 (Asia World Expo)가 열려 전자판 청명상하도를 전시하여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타임 머쉰을 타고 900년 전의 중국으로 가서 태평한 북송 시대에 중국인의 경제 생활이 어떠했는가 보여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중화 예술관에서 전자판 청명상하도를 고화질(高淸)로 상영한다.

중화 예술관 (http://www.youtube.com/watch?v=__0KIg72aBs)

1. 고려 시절의 한국인의 모습
청명 상하도는 비공식으로 중국의 국보 1호라고 한다. 북송(960-1126년)의 화가 장택단(張擇端)의 그림, 북송의 수도 카이펑(開封,변경)의 옛 모습을 그린 풍속화이다. 다른 유명한 화가들도 같은 주제로 긴 그림을 그렸다.

원 그림에는 趙太丞家라는 병원(의약국) 앞에 갓을 쓰고 말을 타고 가는 어떤 사람을 그렸는데, 그가 과연 조선 사람이었을까? 어떤 사람은 고려 시대에도 갓을 많이 썼고, 그러한 풍습이 이조에 넘어간 것으로 해석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화가가 미래 조선사람을 환상에서 보았을 리는 없다. 어쨌든 갓을 쓰는 사람은 한국인밖에 없으니, 아마도 갓 쓴 고려 상인이 카이펑에 자주 드나드는 것을 그 화가가 만나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2. 전자판의 낮 거리와 밤 거리
원본 청명상하도처럼 이 전자판도 높이는 정해져 있고 좌우로 길다. 여러 대의 영사기로 각 부분의 동영상을 보여 주지만, 전체 그림이 하나처럼 연결되어 있다.

여러 거리와 다리, 성문, 강 주변과 시장에 사람들이 오가는 경치를 이 전자판이 보여 준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가마를 이고 가며, 짐을 실은 당나귀들이 주인을 따라가고, 강변에 정박한 배에는 사람들이 저녁을 먹거나 술을 마시고 있다.
아침이 되자 어느 바퀴 수선소에서 어느 청년이 수레/마차의 바퀴를 뚜드려 맞추는 일을 하며 손등으로 땀을 닦는다. 옆에 있는 목수는 대패질을 하고 있다. 늦은 아침에 찻집에서 차를 마시는 이도 있다. 강변에 배들이 도착하여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있고, 배의 지붕 위에 사람들이 서 있거나 앉아 있다. 어느 배에는 앞과 뒤에 사람들이 여섯씩 조를 이루어 노를 젓고 있다. 또한 이런 배가 강가에 대는 것을 도우려고 사람들이 여러 개의 긴 밧줄로 배를 끌어당긴다. 짐꾼이 짐을 부리는 장면도 나온다.

뭐니뭐니해도, 그림에서 제일 돋보이는 것은 虹橋 (나무로 만든 무지개 다리)이다. 홍교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어느 배가 이 다리 밑으로 지나간다. 배 위에는 여러 사람이 노를 젓고 있고, 이를 지휘하는 사람이 뭐라고 지시하는 듯. 배가 부딪치지 않고 겨우 지나간다. 다리 위에서는 사람들이 이 배가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밤이 되면, 사람들이 초롱불을 들고 다니며 조금도 낮보다 활동이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밤이 되면, 더 바빠지는 듯하다. 초롱불을 들고 같이 걷는 사람들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다. 어느 주막 집에는 불이 밝게 켜져 있고, 사람들은 바깥에서 주안상을 벌이고 한 손님은 잔을 벌컥벌컥 마신다. 밤에도 물건을 나르는 사람이 장대에 두 광주리를 짊어지고서 어딘가 가고 있다. 어느 상점에서는 점쟁이가 점치는 것(算命)을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다.

여러 주막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기다리고 있고, 어떤 이는 주막 앞에서 길을 물어보는(?)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야시장에는 어느 관리가 수레 앞에서 짐꾼과 흥정을 벌이고 있고, 또 다른 말은 무거운 짐을 실은 수레를 이끌며, 또한 두 사람이 수레를 함께 밀고 당긴다. 강에는 연꽃 등불이 둥둥 떠다니고, 사람들은 이를 구경하고 있다. 짜장면 같은 시킨 음식을 담은 바구니를 장대에 걸쳐 메고 나르는 사람도 있다. 성문에는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고, 바로 중동에서 왔는가 낙타들이 떼룰 지어 성문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개나리 봇짐을 진 한 청년이 걷고 있다. 사람마다 바삐 제 갈 길을 간다. 홍교 밑에는 어느 배가 다리 밑을 지나려고 준비한다.


물론 걸어서 성문을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낙타들이 이 앞을 지나서 성문 안으로 들어간다.


낙타들이 성문을 막 지나려 한다. 한 청년이 낙타들을 인도하고 있다. 성문 앞 왼쪽에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고, 옆에는 사람들이 강을 바라보고 있다.


지붕 덮인 배 위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또는 서서 도시를 구경한다.


노젓는 사공들.


지붕 있는 배가 다리를 지난다.


홍교 위. 지붕 덮인 배가 홍교를 막 벗어나려 한다. 다리 위에는 두 사람이 가마를 지고 간다. 무거울 터인데.


밤이 되자 여러 상점에 불이 켜진다. 지금은 포장 마차가 있을 법한 곳에 네모나거나 동그란 우산을 펼친 장사들이 성행했던 듯하다.


밤이 되어 말을 타고 성문을 나가는 사람도 있다.


야시장 전경. 어느 여인이 품위 있게 당나귀를 타고 간다. 두 마리가 끄는 어느 마차에는 사람들이 잔쯕 물건을 싣고 있다. 趙太丞家라는 의약국에서는 어느 어머니가 애기의 진단을 받는 듯하다.


이 변경(水+卞京) 시에, 3층으로 높이 지은 孫羊正点이라는 술집이 있다. (간판에는正点이라 쓰여 있다.) 어느 남자가 손님들을 부르고 있고, 그 앞에는 어린이가 놀고 있다. 4륜 마차를 끄는 사람도 이 술집 왼편을 지나간다. 바른 쪽에는 일꾼들이 네모난 우물에서 물을 길어 물통에 담고 있다. 원 그림에 나오는 갓을 쓴 고려인은 보이지 않는다. 성문을 들어서는 어떤 사람은 한반도에서 보이지 않는 아주 큰 삿갓을 쓰고 있어, 한국인이라 보기 어렵다. 왜 이 고려인이 이 그림에서 빠졌는가? 전자판 청명상하도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불찰이기를 바란다.

어쨌든 이 그림은 태평했던 송대의 서민 생활을 잘 보여 준다.

최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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