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9 편, 종교의 사회적 문제

글쓴이: 네바돈의 한 멜기세덱

1934년

종교가 이 세상의 제도와 관련이 가장 적을 때, 종교는 사회에 최대의 직무를 이행한다.

종교의 주요한 문제는 정치 및 경제 문화에 존재하는 사회 질서에서 악을 선으로 대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처럼 종교는 기존의 사회 질서를 영속시키고, 그 문명을 유지하도록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종교는 새 사회 질서를 창조하거나 오래 된 질서를 보존하는 데 직접 관여해서는 안 된다.

생활 조건이 급속히 바뀌어, 제도의 수정은 가속되어야 하고, 그에 따라 종교는 이 변하는 사회 질서에 대하여 적응을 서둘러야 한다.

1. 종교와 사회의 재건

기계의 발명과 지식의 보급은 문명을 수정하고 있다. 인류는 조정하고 다시 조정하는 과정을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

종교는 도덕적 안정과 영적 진보를 위하여, 변하는 조건 하에서 힘찬 영향력이 되어야 한다.

사회라는 배는 전통의 보호를 받던 아늑한 만(灣)에서 바깥으로 나왔고, 거친 바다로 뱃길을 떠났다. 도덕 기준이 적힌 해도(海圖)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종교적으로 안내하는 나침반을 참을성 있게 지켜보아야 한다.

종교는 새 임무가 없지만, 변하는 인간 상황에 안내자이자 조언자로서 활동하는 것이 요구된다.

종교는 진보의 효소들이 문화적 맛을 파괴하는 것을 방지하는 소금으로서 작용해야 한다.

과거에는 상층 계급이 무력한 하층이 겪는 고통에 귀를 막고 있어도 종교가 수동적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지만, 현대에는 하층 계급이 무지하지도 정치적으로 무력하지도 않다.

종교는 사회의 재건설과 경제의 재조직에 유기적으로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종교의 정신은 영원하지만, 사전(辭典)이 수정될 때마다 다른 표현으로 진술되어야 한다.

2. 제도화된 종교의 약점

제도가 된 종교는 사회의 재건설과 경제의 재조직을 지도할 수 없으니, 바로 그 체제의 유기적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밀라노 대성당

그런 종교가 먼저 자체를 개혁하지 않고는 사회를 재건할 수 없다. 기존 질서의 필수 부분이 되었기 때문에, 사회가 근본적으로 재건되기까지, 그런 종교는 자체를 다시 만들 수 없다.

종교가는 사회에서, 산업에서, 정치에서 개인으로서 활동해야 하지만, 집단이나 정당이나 기구(機構)로서 활동해서는 안 된다.

집단적 종교 활동은 종교 운동의 육성에 노력을 국한해야 한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형제로서 사랑하려는 소망을 제외하면, 사회를 재건하는 과제에 종교가는 종교가 없는 자보다 더 가치가 없다.

제도화된 교회는 기존의 정치ㆍ경제적 질서를 찬양함으로 지난날에 사회에 소용이 되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살아남으려면 교회는 그런 활동을 그쳐야 한다.

제도화된 교회에 유일하게 적절한 태도는 비폭력을 가르치는 것이다.

현대 종교의 문제는 자체가 전통이 되고 제도화되도록 버려두었기 때문에, 급속히 변하는 사회에 대하여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다.

참된 종교는 하나님처럼 행하려고 애쓰는 체험에서 얻은 지혜를 한 시대에서 다음 시대로 전해 준다.

3. 종교와 신자

초대 기독교는 국내의 분규와 경제 연맹에 전혀 매이지 않았다.

제도화된 기독교는 서양 문명의 정치 및 사회 구조의 유기적 일부가 되었다.

하늘나라는 사회 질서도 경제 질서도 아니요, 하나님을 믿는 개인들의 영적 형제 단체이다.

신자들은 사회의 고통에 무심하지 않고, 국가의 불공정한 처사에 무관심하지도 않으며, 경제적 견해를 무시하지 않고, 전제 정치에 대하여 감각이 무디지도 않다.

높은 문화를 가진 문명은 이상적 부류의 시민을 요구하며, 다음에 그러한 시민이 경제 및 정치 제도를 통제할 수 있는 적당한 사회적 장치를 요구한다.

지나친 거짓 감정 때문에, 교회는 불운한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봉사해 왔고, 이것은 모두 좋았다. 그러나 바로 이 감정은 종족에서 퇴화된 핏줄을 영속하게 만들었다.

대체로 인식되지 않은 종교적 동기가 사회의 재건에 큰 역할을 한다. 이 종류의 종교 활동의 큰 약점은 공개된 종교적 비판을 받고 자기 수정(修正)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건설적 비평으로 단련받고, 철학으로 확대되고, 과학으로 정화(淨化)되고, 충성스러운 친교로 자양분을 받지 않으면, 종교는 성장하지 않는다.


체르토사 디 파비아 수도원

전쟁시에 싸우는 나라가 종교를 군사 목적에 팔아넘기는 것처럼, 종교가 왜곡될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종교는 다음 방법으로 이 세상과 결속을 피할 수 있다.

(i) 비판적으로 수정하는 철학.
(ii)
어떤 사회ㆍ경제ㆍ정치적 연합에도 매이지 않는 태도.
(iii) 사랑으로 친교 범위를 확대하는 것.
(iv) 영적 통찰력을 기르는 것.
(v) 과학적 태도로 광신을 방지하는 것.

신자들은 하나의 집단으로서 종교 외에 어떤 것에도 아랑곳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누구나 개별 시민으로서, 사회나 경제를 재건하는 운동에 지도자가 되어도 좋다.

이렇게 사회에 봉사하도록 개별 시민을 인도하기 위하여, 충성심을 북돋아 주는 것이 종교가 할 일이다.

4. 과도기의 어려움

진정한 종교는 신자를 매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고 인간 사회를 보는 통찰력을 부여한다. 그러나 종교 집단의 형식화는 그 집단이 추진하려는 가치 기준을 파괴하는 일이 흔하다.

종교는 아이들과 함께 가족 생활을 조화시키는 약이다. 아이들 없이는 가족 생활을 누릴 수 없다.

개인의 인품을 개발하고 조화된 인격을 키우려면, 종교는 표준화되어서는 안 된다.

체험을 평가하고 가치 기준으로 쓰이려면, 종교가 판에 박혀서는 안 된다.

사회적ㆍ경제적 성장에 무슨 격변이 있는가에 상관 없이, 종교가 진실ㆍ아름다움ㆍ선이 지배하는 체험을 개인 속에서 키워준다면 진정하고 가치가 있다.

결국, 사람이 무엇을 아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믿는가가 행위를 결정하고 그 성과를 지배한다.

20세기의 불안한 시대에, 경제적 격변, 사회 문제의 역류 속에서 허다한 남녀가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전례 없는 과학의 발전과 직면하여, 사람들은 영적 침체에 빠져 있다.

사람의 큰 영적 위협은 부분적 진보에 있으며, 두려움의 종교를 버리면서, 사랑의 종교를 즉시 붙잡지 못하는 것이다.

과도기에는 반드시 혼란이 따르며, 다음 세 가지 종교 철학 사이에 투쟁이 끝날 때까지, 종교 세계에 평안이 거의 없을 것이다:

(i) 많은 종교에서 심령 현상을 믿는 것.

(ii) 여러 가지 철학의 인도주의 및 이상주의적 믿음.

(ii) 과학 분야의 기계론 및 자연론 개념.

이 세 가지 부분적 접근법은 종교ㆍ철학ㆍ우주론의 계시적 발표로 궁극에 조화되어야 한다.

5. 종교의 사회적 모습

종교는 개인의 영적 체험(하나님을 아는 것)이지만, 이의 필연적 결과는 타아(他我)들에 대한 자아의 조정이 따르는 것이며, 이것은 종교 생활의 사회적 모습을 포함한다.

사람이 사교적인 사실은 종교 집단이 생길 것을 보장한다.

참 종교는 하나님이 너희의 아버지이고, 사람이 너희 형제임을 아는 것이다.

예수의 종교는 인류를 움직이는 가장 힘찬 영향력이다.

예수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완전한 것 같이 완전하라고 인류를 불렀다.

사람이 온통 타락했다는 교리는 종교가 사회에 영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줄였다.

예수는 사람이 하나님의 아들딸이라고 선언함으로 사람의 위엄을 회복하려고 애썼다.

종교적 체험은 일상 생활에서 어김없이 "영의 열매"를 맺는다.

사람들은 믿음대로 어떤 종류의 종교 집단을 만들어낸다. 언젠가 신자들은 같은 이상과 목적 때문에 실제로 협동할 것이요, 같은 신학 관념이 사람의 협동을 얻지는 않는다.

신약은 믿음이 바라는 사물의 본질이요, 보이지 않는 사물이 있다는 증거라고 선언한다.

원시인은 자신의 종교적 확신을 말이 아니라, 춤으로 표현하였다.

현대인은 많은 신조를 생각해냈다.

미래의 신자들은 종교를 생활에서 실천하고, 마음을 다하여 봉사하는 데 몸을 바쳐야 한다.

예수는 추종자들이 어떤 형식의 말씀을 외우라고 한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서 무슨 일을 하라고 (공동체의 저녁을 먹으라고) 요구했을 뿐이다.

지난 시대에 종족의 깨우침에 기여한 사람들이 역사적 지도자였던 것을 부인하라고 요구할 때, 기독교인은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지르는가?

6. 제도적 종교

여러 종파로 갈라지는 것은 제도적 종교의 질병이다.

종교가 없는 교회보다, 교회가 없이 종교를 가지는 것이 낫다.

이것이 집단 종교 활동의 목적이다:

종교에 충성함을 표현한다,
진실ㆍ아름다움ㆍ선의 유혹을 크게 만든다,
최고의 가치 기준의 매력을 키운다,
사심 없이 친교하는 봉사를 향상한다,
가족 생활의 잠재성을 영화롭게 한다,
종교 교육을 촉진한다,
지혜로운 조언과 영적 안내를 마련한다,
모여서 예배보는 것을 격려한다.

살아 있는 종교는 우정을 격려하고, 도덕을 보존하고, 이웃의 복지를 촉진하며, 기본적 복음의 전파를 수월하게 만든다.

종교가 제도화됨에 따라서, 종교가 선을 행할 힘을 줄어들고, 악을 행할 가능성은 늘어난다.

형식화된 종교의 위험은 다음과 같다:

믿는 관념이 경직된다.
세속화의 증가와 함께, 기득권의 축적.
진실의 표준화.
하나님께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 봉사하는 옆길로 빠진다.
지도자들이 봉사자가 아니라 행정가가 되는 성향.
다른 종파와 경쟁하는 파벌을 만드는 경향.
교회 권한이 사람을 억압하는 경향.

"선민"의 태도가 생기는 것.
종교를 일상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
현재의 요구를 무시하면서 과거을 존중하는 경향,
세속 기구의 기능과 얽히는 것.
여러 종교적 계급의 차별.
다른 종파의 정통성을 판결하는 재판관이 되는 것.
젊은이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유익한 말씀을 차츰 잃어버리는 것.

7. 종교의 기여

교회와 기타 종교 집단은 세속의 활동에 초연해야 하지만 사회의 제도적 조정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모든 사회 재건 활동에서 종교는 흔들리지 않는 목표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환경이 급변하는 와중에서 인간은 멀리 내다보는 시각(視覺)으로부터 자양분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님의 통치를 명상하고 현실을 헤아리지 않으면, 사람은 현세의 문제에 지혜롭게 대처하거나 이기심을 뛰어넘을 수 없다.

서로 의존하는 경제와 형제다운 사회는 궁극에 형제 정신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적 필요는 사람을 현실에 묶어 놓고, 개인의 종교적 체험은 사람이 항상 진보하는 시민이라는 영원한 현실을 잊지 않게 만든다.